텍사스 휴스턴에 살아서 좋은 5가지 이유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향적이고 사사로운 감정에서 쓰는 글임을 일단 밝히고 시작하도록 하자. 😂

미국에서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각 지역에 따라 장단점이 분명히 다르다. 

1. 동부:  결혼 전에 몇개월 머물렀던 곳이라... 아이 키우기에 어떨지 잘 모르겠다. 장점은 뉴욕이나 워싱턴 DC에서 가까워서 문화생활이 가능한점. 단점은 밤에 나가기에 좀 무서운 동네였고,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엄청 추웠다.

2. 중부: 옥수수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로 맛있고, 여름에 모기가 전혀 없었다. 단점은 자연이 지나치게 푸르다고 해야 하나.... --; 노잼 노잼 노잼... 

처음에 우리가 중부의 대학 타운에서 텍사스로 이사하게 되었을때, 주변에서 텍사스 삶에 대한 걱정거리 포인트가 몇개 있었다.

      1) 텍사스 거기 완전시골이다. 이제 말 타고 다니는 거야?

      2) 백인 우월주의? 인종 차별이 만연되어 있다. 

      3) 날씨가 타들어 가게 더워서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4) 주변에 놀러 갈 곳이 없다. 가도 가도 사막이다.

그리고 많은 우려와 위로를 받으며 텍사스로 이사 와서 자리 잡게 되었고, 6년차 입장에서 텍사스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 내려보자면...

 "꽤 살 만한 곳이다~"

동부나 중부에서 살 때, 매일 한국을 노래하며 투덜이로 살았던 나의 기준에 따르면 매우 후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내가 텍사스를 높이 평가하는 최고의 이유는, 한국 생활의 단점을 제대로 커버한다고 해야 하나...?  사실, 캘리포니아는 한국인이 생활하기에 편리성이나 날씨 자연환경 등 좋은 점이 많으나, 집값이 비싸고 높은 교육비, 경쟁적인 학원 문화 등 한국 생활에 단점 또한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텍사스는 한국에서 살았으면 느낄 단점을 그대로  reverse 하면 그것이 텍사스 생활의 장점이 된다.

1. 집 값이 싸다.

엄마가 휴스턴 우리집에 처음 오셨을 때 했던 말, "저택이다 저택~~" 그리고 나는 "엄마! 서울에 엄마 집 팔면 이런 집 9채 살 수 있어." 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서울 아파트 값이 더 올라서 15채는 살 수 있겠지만...

https://www.har.com/ 부동산 사이트에서 최근에 올라온거 아무거나 하나 올려보면...

  • 휴스턴 근교에서 3억~4억 사이면 살 수 있는 싱글 홈
  • 학군-초9-중9-고8
  • 방 4개, 1983sq
  • Year Built: 2011년 
안에도 나름 리모델링 되어 있어 깔끔하다.

이 정도의 싱글 홈을 캘리포니아에서 사겠다고 한다면... 아마 20년 후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층간 소음 걱정 없이 맘껏 뛰면서 토들러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날씨가 덥거나 비가 오면, 집안에서 줄넘기를 열심히 하는데... 그때마다 텍사스에게 감사하게 된다.
단!!!!! 한국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으므로 투자 목적으로 적절치 않다. 텍사스 땅이 워낙 넓어서... 새 집 지을 공간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학군 좋은 대치동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치자. 그럼 옆 빈땅에 새집을 짓고, 그 옆 공터에 새 타운이 들어서고, 그 뒤 광장에 커뮤니티 몰이 들어오고... 점점 동네가 커지고 집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값이 한국처럼 오르지 않는다.

2. 인종 차별?

일단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인종 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나마 6% 아시안도 인도와 중국 학생들이라서... 한국인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 보내는 6년동안 드러나는 차별 대우나, 교사의 인종 차별, 이웃의 racist 발언은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었다. 둘다 해피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고 학교에서 친구들 끼리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매일 하교 후에 심문(?) 하곤 하는데, 딱히 학교에 뭔가 달려갈만한 이슈가 생겼던 적이 없었다. (사실 중부에 살았을때는, 남편이 프리스쿨 선생님에게 소리치며 항의했던 전적이 있었음.)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드러나는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아시안을 무시하고 싫어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드러내고 말하는 것이 본인 스스로 얼마나 치사하고 저급한 일이지를 알고 있는 정도의 지식인(?) 주민들과 살고 있다. 
이 곳이, 텍사스의 시골이 아니라 신도시라서 그들도 다같이 새로 입주하였기 때문에 토착민(?)의 유세를 겪지 않은 행운이 따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첫째 백설기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팬더믹이라서 각자 차를 타고 학교 캠퍼스를 한번  도는 퍼레이드를 했는데, 처음에는 뭐 이런걸 번거롭게 하나... 주섬주섬 따라 갔다가 갑자기 울컥하는 뭔지 모를 감동을 느낀적이 있다. 울 애가 ABC도 모르고 킨더 입학했는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특별한 차별 없이 친구들과 행복하게 학교 다닌 교정을 도는데.... 백설기를 예뻐해 주셨던 MOSS 수학샘의 눈과 마주치자 마자 주책없이 눈물이... 😭
졸업 당사자인 백설기가 의아해 하며 나를 보고, 남편의 황당해 하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3. 수준 높은 공교육

아마 우리 가족이 텍사스에 제일 만족하는 이유는 애들 학교가 만족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 커리큘럼이나 교사의 질이 다른 주에 비하여 월등한데, 그 이유는 경제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텍사스는 집에 대한 "재산세"가 비싼 편인데, 그 돈이 대부분 공교육에 배정되기 때문에 학교 시설이나 커리큘럼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공립학교에 돈이 많다-> 교사의 월급이 높은 편이다-> 교사의 질이 좋다-> 학생들 성적이 올라간다 이렇게 선순환 도는 듯하다. (이번 학기 애들 담임이  Texas A&M 졸업하셨는데, 텍사스에서 성실히 열심히 공부해야 가는 학교다. )
각 ISD(한국으로 치면 교육청)에서 학교에 예산을 배분하는데, 학교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STAR TEST(텍사스 표준화시험) 결과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다. 즉, 시험 준비를 확실하게 시키는 편인데 학구열 높은 아시안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반면, 너무 "시험시험" 한다면서 싫어하는 이웃들의 반응도 있었다. 사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정도 쯤이야~~" 코웃음 치는 정도의 시험 대비 수준이다.
오클라호마에 사는 친구와 얘기 한 적이 있는데, 주 세금이 부족해서 돈을 줄여야 하는데 줄일 때가 없어서 공립학교 교사 월급을 삭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삭감할 수 가 없으니 초등학교를 주4일제로 바꿔서 1년 내내 월화수목 4일만 학교에 간다면서, 어쩔 수 없이 주5일 보내려면 사립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텍사스는 공교육 수업시간 자체도 캘리포니아보다 길다. 킨더부터 8시-3시 수업이라서, 집에서 스쿨버스를 7시20분에 타고 집에 3시 40분에 온다. 캘리포니아 친구에게 들어보면 저학년은 오전반이나 오후반 4시간만 수업을 하기 때문에 반나절은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하는데, 텍사스는 아침 일찍 나가서 오후 늦게 집에 오기 때문에 액티비티 비용이 절약된다. 
예체능 교육도 따로 교사가 있고 매일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특히 오케스트라 밴드 학기는 5학년때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시작하는데 악기 대여도 학교에서 해 주고 시스템이 잘 잡혀 있다. 심지어 외부 선생님에게 추가 레슨을 받고 싶은 사람은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선생님과 학교에서 레슨을 받을 수 있어서 라이드 해줄 필요가 없다.
 

4. 날씨에 대한 생각

텍사스로 이사 오기전 제일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나는 특히 여름을 싫어하는 체질이라...덜덜~ 더우면 모든 의욕이 사라지면서 머리가 멍해진다.

그런데 휴스턴 6년차로서 얘기하자면... 캘리포니아 날씨와 비교하면 당연히 완패지만, 중부 동부와 비교하면 딱히 날씨 때문에 이주를 꺼려 할 정도로 큰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부와 동부에 살때는 겨울에 너무 추워서 12, 1, 2월 3개월동안은 야외 활동을 못했다. 특히 중부에 살았을때는 4월에도 함박눈이 내려서 완전 우울했던 기억이....

텍사스에서는 반대로 여름 6, 7, 8월 이 3개월동안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는 더위가 지속된다. 그런데 건물 안에 들어오면 에어컨이 시원하게 돌기 때문에 한국의 더위처럼 힘들지 않다. 여름에 차 타고 마트 갈때, 주차장에서 걷게 되는 그 시간동안 더위를 참으면 된다. 그리고 수영장 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해질녁 쯤에는 다들 수영장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논다.

특히 휴스턴의 가을은 적당히 따뜻하고 겨울은 적당히 시원해서 놀러다니기 좋다. 겨울에는 애들하고 자전거타고 하이킹을 많이 가는데, 벌레도 없어서 가장 좋은 시기다. 타주에 사는 친구들이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 때 추위를 피해 휴스턴으로 놀러오는데, 그때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잘 여행하고 간다.



크리스마스 때 찍은 아이들 사진을 보면, 옷이 얇은 긴팔 정도다. 야외 활동 하기 딱 좋은 완소 날씨다!

그러므로 내가 경험한 휴스턴의 날씨는 중부에 비교하면 큰 단점이 아니다. 아! 그리고 텍사스라서 건조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휴스턴은 서울보다도 습도가 높다. 그래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지만, 1년에 4번씩 전체적으로 집 안밖으로  벌레제거 약을 뿌려야 한다. 귀찮으면 업체와 계약해 pest control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5. 놀러 다닐만한 곳이 없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부터 집안에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체질이라, 주말이면 이리저리 여행을 많이 다녔다. 방학이면 여행 가는것이 당연하다보니, 내 부업이 "여행사"라고 간판을 달 정도다.

휴스턴에서 주말에 많이 여행 가는 곳은 당일치기 바닷가 투어다. 다행히 휴스턴은 바다와 가까워서 여름에는 게잡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여름에 서프사이드 비치에서 게 잡고 라면 끓여 먹은 사진!

2-3시간 거리로 여행 가는 곳은

  1) 달라스: 한국음식 맛집 투어

  2) 어스틴: 아직 큰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소소하게 계곡이 있고 경치가 좋다.

  3) 샌안토니오: 위 세군데 중에 제일 할 거 볼 거 많은 곳이다. 씨월드, 리버워크 등 이국적이면서 예쁜 곳이 많다.

그리고 5시간 운전해서 가는 뉴올리언스 굴 먹방 여행도 특색이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차로 이동해서 산과 바다 여기저기 2-3시간 이동해서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텍사스는 좋은 위치 조건은 아니다.

그런데, 여행사 대표 입장에서 주변에 여행지가 없다는 큰 단점이 있는 텍사스에서 큰 장점을 발견했으니!

휴스턴은 UA 항공사의 허브 공항이고, 달라스는 AA항공사의 허브 공항이라는 것이다.

즉, 미리미리 계획만 하며 저렴한 비행기표 특가를 잡을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을 싫어하는 나에게(물론 내가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조수석 장거리도 너무 힘들다.) 비행기 옵션은 매우 매력적이다.

일단 가족이 여행을 할때 비행기표가 비싸서 자동차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휴스턴에서는 비행기 타고 가는것이 차 기름값보다도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달 후 날짜로, 휴스턴 출발 성인1인 왕복 비행기표 요금을 검색해 보았다.

  • 뉴욕 $86
  • 라스베가스 $77
  • 올랜도 $51
  • 시카고 $97
  • 멕시코 캔쿤 $152

이러니 4명 식구가 비행기표를 타고 이동한다고 해도, 크게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휴스턴은 주요 관광지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갈 수 있는 최적의 위치가 아닐 수 없다. 중부에 살 때는 그곳 공항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경유를 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표가 비쌌는데, 휴스턴은 직항으로 비행기가 많기 때문에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Spirit, Frontier 항공 같은 저가 항공도 많아서  선택의 옵션이 많다.

어떻게 보면, 텍사스에 계속 살게 될 것 같은 나에게.. 신포도의 여우처럼 장점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혹시 텍사스로 이주하기를 두려워 하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 댓글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내의 새 직장때문에 내년 3월에 휴스턴으로 이사 갈 예정인데, 덕분에 많은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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