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텃밭 가꾸고 잔디 깎고 농부 생활을 해 왔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어부 생활이 시작되었다.
남편이 주문한 아마존 박스를 열어보니, 보석함 같은것이 있어서 뭐지? 하며 기대감에 열어보니, 오색찬란 금은보화가 아니라… 각종 가짜 물고기 지렁이 미끼가….😨
조금씩 배달해 오는 아마존 박스들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낚시 용품들이 배달되고 있었다. 그리고 직장 12월 바쁜 시즌이 끝나자마자, 나는 사흘 연속 갤버스턴에 잡혀와 낚시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일단 낚시의 좋은점
A. 건전하고 돈 안드는 취미생활
B. 운좋으면 그 날 저녁 싱싱한 매운탕 거리도 득템 가능
C. 뭔가 생각을 정리할게 있을때, 멍하니 찌를 바라보며 무상무념 즐기기
자! 그러면 그동안 어부 아내 생활을 하며 얻은 몇가지 노하우를 써 보자면…
1. 일단 준비물
1) 낚시대 2)미끼 3) 뜰채
모두 갤버스턴 아카데미아에서 살 수 있다. 정가제라서 바가지 쓰지도 않으니, 여기에서 한번에 구매하면 편하다.
Academy Sports
4523 Fort Crockett Blvd, Galveston, TX 77550
- 미끼는 생미끼와 인조미끼가 있다.
1) 생미끼( Live bait): 갤버스턴 근처에 많은 bait 샵이 있다. 새우나 작은 생선(minnows)을 사면 된다.
파운드당 $6달러 정도 하고, 굳이 안 사가도 되는것 같다. 며칠 따라가 보면, 낚시꾼들만의 문화(?)가 있는데, 그저그런 생선을 잡으면 토막을 내서 다같이 나눠준다. 그러면 그 생선 토막으로 미끼를 물고기를 잡으면 된다. 처음에는 물고기를 잡아서 칼로 자르기에 당연이 회 떠서 나눠 먹는줄 알고 좋아했는데… 미끼로 쓰라고 잘라주는 것이어서 꽤 실망했던 기억이… ㅠㅠ
2) 인조 미끼(Fishing Lures): 이것은 그냥 아카데미아 가서 사는게 정답이다. 잡고 싶어하는 물고기에 따라 미끼가 좀 다른데, 광어는 분홍색 빨간색 밝은색 미끼를 사는 것이 좋다.
요렇게 생긴거…
우리가 몇번 낚시를 해도 절대 안잡혀서 live가 아니라서 그래!! 라며 미끼 탓을 했는데, 바로 옆에서 계속 잡는 사람을 지켜 봤더니, 인조 새우로 잡고 있기에… 얻은 큰 깨달음.
'아! 미끼는 죄가 없구나! '
그리고 이렇게 기름 같은 것에 들어 있는것이 있는데, 이것은 진짜 생물 냄새까지 풍기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3) 아카데미아 갈베스톤 점에 가보니, 낚시로 특화되어 있어서 정말 다양한 미끼와 뜰채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남편이 처음 여기에 갔을때, 면세점 명품관 온 것처럼 함박 웃음을 지으며 계획에도 없던 과소비를 하는 것을 보고 끌고 나와야 했다.
2. 이제 낚시를 시작해 보자. 장소가 중요한데 우리가 즐겨 가는 곳은..
A) Seawolf park
100 Seawolf Park Blvd, Galveston, TX 77550
B) Texas City Dike
958M+HV Texas City, Texas
여기는 갤버스턴에서 돌아 들어가야 해서 25분 정도 걸리지만 무료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해질 무렵 그냥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키웨스트 가는 길처럼 양 옆에 바다가 있고 쭈욱 꼬리가 있는데 그 부근 아무데서나 낚시 의자 놓고 시작하면 된다. 근처에 괜찮은 seafood market이 있어서 못 잡은 경우 여기에서 저녁거리를 사오도록 하자.
Discount Seafood Market
2419 25th Ave N, Texas City, TX 77590
C) North Jetty Bait Camp
96CX+CV Port Bolivar, Bolivar Peninsula, TX
여기는 배타고 들어가야 한다. 배는 무료지만 주말에 가면, 배를 타기 위해 대기 시간이 30분 이상 걸리니 시간 관리에 유의하자.
3. 자! 이제 낚시를 시작해 볼까?
1) 장소에 도착하면 바로 시작하지 말고, 20분 정도 지형지물을 살피며 낚시하기 최적의 위치를 선점하라고 하는데…. 우리 같은 꼬꼬마들은 지형지물을 봐도 저건 바위고 이건 물인데 어디로 가야하나…. 찾기 힘들다. 전문 낚시꾼들은 바람의 방향까지 따져서 물의 흐름을 고려하여 위치를 잡는다고 한다. 자! 이제 우리 꼬꼬마들은 주변 낚시꾼들의 관상(?)으로 위치를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일단 중국이나 베트남등 아시안 아저씨들이 있는곳> 그 다음이 멕시칸 아저씨들> 그리고 흑인 아저씨들> 맨 마지막이 백인들이 모인 곳 근처로 자리를 잡는다.
2) 이것은 신기술!! 꼬꼬마들을 위한 장남감이다. 직접 고기를 볼 수 없으니 기계로라도 물고기의 양을 체크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 구입 가능.
사실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이면, 이 기계가 유용하다. 물고기 많은 곳에 배를 세우고 거기서 낚시를 하면 되니까. 그렇지만 갤버스턴에서 낚시할때 넣어보면 진짜 1초도 쉬지않고 삐빅삐빅 물고기가 감지된다. 고로 낚시에서 한마디로 못 잡았다는 것은, 물고기가 없어서 못 잡은 것이 아니라 스킬 탓이다.
갤버스턴에서 낚시할때는 물고기가 있나 없나를 살피기 위해 넣는 것이 아니라, 물의 깊이를 재기 위해 켜 본다. 원하는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살고 있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그 깊이의 물을 찾아야 한다.
3) 낚시할 때 마음 가짐
처음에 남편이 낚시를 시작할 때, 매번 100% 고기를 잡을거라고 믿는것이 너무 순수해 보였다. 이 사람이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었나…. ㅋㅋㅋ
예능에서 보면 유해진 참바다 씨가 일주일 내내 허탕 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초보자들 손에 쉽사리 잡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낚시를 갈때마다, 물고기 넣어 올 아이스 박스를 챙기는 남편을 보며 짠하기도 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분노의 아마존 낚시 용품을 살때 보면 뭔가 울집 막무가내 인절미와 오버랩 되기도 하고….그렇게 몇번을 실패하더니 그제서야 겸손한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앞으로 5번 더 시도하면 한마리 잡겠지…. 라며 목표를 설정하더니,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낚시를 간 5번째 날! 드디어 광어 낚시에 성공하게 된다.
낚시는 처음이 어렵지… 노하우가 생기면 그 이후로는 꾸준히 잡히게 되므로 초반에 조바심 내다가 포기하지 말자.
4) 미끼 끼우는 법
미끼를 끼울때 유의할 점은 낚시대가 물 안에 들어 갔을때 미끼가 수평선과 평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마처럼 세로로 서 있으면 물고기가 물지 않는다. 또 바늘로 낄때 미끼가 휘지않고 일직선으로 되도록 유의해서 끼자.
사소한 것이지만, 물고기 획득에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4.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광어 낚시 전략법
처음에는 피어에서 끝까지 가서 깊은 바다로 찌를 넣기를 반복하며, 광어 잡기를 시도하였다. 그런데 광어는 깊은 바다에 살지 않는다. 굳이 찌를 저 멀리 바다 중간에 보낼 필요가 없다. 2feet-8feet 에 있다고 하니 그냥 방파제 근처에서 해도 충분히 잘 잡히는 것이 광어다. (피어 끝까지 나가서 물 깊이를 재보니 16feet 이상이었다.)
낚시 바늘이 바닥에 끼는 것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 전문가는 끼기 직전까지 내렸다가 살짝 바닥을 치고 위로 올리고 살랑살랑 미끼를 흔들면서 유혹하면 된다. 바다 윗부분에서 미끼를 흔들어 봤자 허공에서 휘두르는 격이니, 얕은 바다의 바닥을 통통 건드려 준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5. 텍사스 낚시 법
낚시를 할 때는, 이렇게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갯수가 정해져 있다. 물론 우리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데, 저 갯수가 무슨 소용인가…
(광어 flounder 의 경우 하루 5마리 이하, 15인치 이상만 잡을 수 있음)
Seawolf park에서 낚시하던 어느날, 저 멀리서 단속반 경찰이 낚시꾼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중국 할아버지들 아이스 박스를 열어보라고 시키더니 그 자리에서 사무실로 데리고 가는것을 목겸함. 덜덜~~~ 벌금이 $500 정도라고..
하니 혹시라도 기준치 이상을 잡지 많도록 유의해야 한다. (베이비 물고기를 잡으면 다시 방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닉한 점은, 그 단속반이 중국 할아버지들 바로 옆에서 낚시하고 있는 우리 아이스박스는 쳐다도 안 봤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한마리도 못 잡았다고 열어주려고 했는데… 우리에게는 눈길도 안주고…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
6. 자! 잡았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광어 낚시를 성공한 날~~ 우리는 룰루랄라 조리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 왔다. 일단 회를 뜨고, 나머지는 매운탕 끓이기.
혹시 한국 딸기와 미국 딸기 맛이 다르듯, 광어회 맛이 다를까봐 우려했는데…
완전 꿀맛! 오독오독 식감이 활어회맛이다!
미나리 넣고 끓인 매운탕. 볶음밥까지 볶아 먹으면… 내가 이 날을 위해 그렇게 따라 다녔나…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된다.
보람찬 휴스턴의 어부 생활! 여기까지 슬기로운 낚시 생활 101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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